하루 몇백 원짜리 당뇨약이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이야기는 지난 10년간 장수의학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가설 중 하나였다. 그런데 2025~2026년 사이 발표된 일련의 연구들은 이 가설에 뜻밖의 제동을 걸었다. 노쇠(frailty)와 근감소증이 있는 고령자 72명에게 4개월간 메트포르민을 투여한 MET-PREVENT 임상시험은 보행 속도를 전혀 개선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과 입원 빈도가 더 높았다. 노화연구 학계에서 20년 가까이 기대를 모아온 메트포르민(Metformin)의 항노화 효과가 실제로는 어디까지 검증됐고, 어디서부터 과장인지 짚어볼 시점이다.
메트포르민이 ‘항노화 약물 후보 1호’가 된 이유
메트포르민은 원래 프랑스 라일락(Galega officinalis)이라는 식물에서 유래한 성분으로, 1950년대 영국에서 먼저 승인된 뒤 1995년 미국 FDA 승인을 받은 2형 당뇨병 표준 치료제다. 관심이 촉발된 계기는 2014년 배니스터(Bannister) 등의 관찰연구였다. 메트포르민으로 치료받는 당뇨병 환자 7만 8천여 명을 분석했더니, 놀랍게도 이들의 전체 사망률이 당뇨병이 없는 대조군보다 낮게 나타난 것이다. “약을 먹는 환자가 건강한 대조군보다 더 오래 산다”는 역설적 결과에 노화과학자들이 주목했다.
세포 차원에서 메트포르민은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계 복합체 I을 억제해 세포의 에너지 센서인 AMPK를 활성화시키고, 이는 mTOR 억제와 자가포식(autophagy) 촉진으로 이어진다. 이 경로는 칼로리 제한이나 간헐적 단식이 만들어내는 대사 효과와 유사해 “먹는 칼로리 제한”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기대를 꺾은 임상시험들
그러나 관찰연구와 실제 개입 연구(중재시험)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었다.
- MASTERS 임상시험(2019) — 저항운동 프로그램을 진행한 고령자에게 메트포르민을 병용 투여했더니, 오히려 근육량 증가가 둔화됐다. 근감소증이 사망 위험의 강력한 예측인자라는 점에서 이는 무시할 수 없는 부작용이다.
- MET-PREVENT 임상시험(2025, Lancet Healthy Longevity) — 평균 80세, 노쇠 전단계 또는 노쇠 상태의 고령자 72명에게 500mg씩 하루 3회, 4개월간 투여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4미터 보행 속도는 위약군과 차이가 없었고(보정 후 차이 0.001m/s, P=0.96), 오히려 이상반응과 입원 빈도가 더 높게 나타나 내약성마저 더 나빴다.
- DPPOS 장기추적(2026년 6월, JAMA) — 당뇨병 전단계 성인 1,173명을 21년간 추적한 결과, 다중이환(multimorbidity) 위험을 낮춘 것은 집중적 생활습관 개선군이었고, 메트포르민군은 위약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즉 장기전에서는 생활습관이 약물을 이겼다.

그래도 남아있는 흥미로운 신호 — 2024년 원숭이 연구
모든 결과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2024년 9월 학술지 Cell에 발표된 중국 연구팀의 연구는 시노몰구스 원숭이를 40개월간 추적하며 68개 생물학적 지표를 분석했다. 하루 체중 kg당 20mg의 메트포르민을 투여한 결과, DNA 메틸화 기반 나이 시계로 측정한 뇌의 생물학적 나이가 약 6년 젊어졌고, 전두엽을 중심으로 피질 두께가 보존됐으며 단기 기억과 인지 유연성 점수가 개선됐다. 다만 이 연구에 사용된 원숭이들은 비만하거나 당뇨병 소인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기저 혈당 데이터 미공개), 수컷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후성유전학적 시계도 소규모 표본으로만 검증됐다는 한계가 있다. 즉 “건강한 개체에서도 같은 효과가 난다”는 근거는 아직 아니다.
TAME 임상시험 — 여전히 시작되지 않은 ‘결정적 시험’
메트포르민의 항노화 효과를 정면으로 검증하기 위해 설계된 TAME(Targeting Aging with Metformin) 임상시험은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니르 바르질라이 박사가 설계한 대규모 다기관 연구로, 65~79세 성인 3,000명 이상을 6년간 추적해 심혈관질환·암·치매·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할 계획이다. 그러나 2026년 현재까지도 TAME은 자금 조달 문제로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못한 상태다. 즉 언론과 유튜브에서 자주 언급되는 “TAME 임상시험이 메트포르민의 항노화 효과를 입증했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시험 자체가 완전히 가동되지 않았다.

누구에게 의미가 있는 약인가 — 대사 건강이 핵심 변수
- 당뇨병 전단계·인슐린저항성이 있는 경우 — 혈당 조절과 당뇨병 진행 예방이라는 확립된 이득이 있어 의료진과의 상담 가치가 크다.
- 대사가 건강하고 저항운동을 하는 경우 — 장수 이득은 입증되지 않았고, 오히려 근육 적응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MASTERS 시험에 명시돼 있다.
- 노쇠·근감소증이 있는 고령자 — MET-PREVENT 결과에 따르면 메트포르민은 신체기능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근감소증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
- 신장 기능이 저하된 경우 — eGFR 30 미만에서는 사용하지 않으며, 30~45 구간에서는 새로 시작하지 않는 것이 안전 지침이다. 조영제 사용 전후에도 일시 중단이 필요할 수 있다.
- 비타민B12 수치 — 장기 복용 시 6~10%에서 B12 결핍이 나타날 수 있어 2~3년마다 검사가 권장된다.
주의사항 및 한계
2025년 학술지 Ageing Research Reviews에 실린 리뷰 논문 “메트포르민의 항노화 잠재력에 대한 새로운 불확실성”은 초기 관찰연구들이 ‘선택 편향’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당뇨병 환자군(메트포르민 단독요법이 가능할 정도로 비교적 가벼운 환자)과 비당뇨 대조군(오히려 진단되지 않은 질환을 가진 사람이 섞여 있을 수 있는 집단)을 단순 비교하면 메트포르민의 효과가 과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2년 덴마크 코호트 연구는 초기 배니스터 연구 결과를 재현하는 데 실패했으며, 메트포르민 사용자의 사망률이 비당뇨 대조군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현재까지 결론은 명확하다 — 당뇨병·대사이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확립된 치료제이지만, 건강한 성인의 장수를 위한 자가처방은 근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반드시 신장 기능, 대사 지표, 근육량, 복용 중인 약물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Bosco Healthcare가 제안하는 다음 단계
메트포르민 사례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그럴듯한 메커니즘과 매력적인 관찰연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실제 무작위 대조시험에서 검증된 이득과 위험을 냉정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행에 휩쓸려 자가처방을 하기보다, 자신의 공복 인슐린·당화혈색소·신장 기능·근육량 같은 지표가 실제로 어떤 상태인지부터 파악하는 것이 순서다. Bosco Healthcare는 정밀 대사·염증 지표 검사와 생물학적 나이 측정을 통해 메트포르민을 포함한 각종 항노화 개입이 개인에게 실제로 필요하고 효과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맞춤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근거 없는 유행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하는 것, 그것이 진짜 역노화의 시작이다.